서론
넷플릭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단순한 청춘 성장물이 아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개인의 도전, 그리고 창업을 통한 자아 실현이라는 테마를 날카롭고 진정성 있게 다룬다. 특히 중심 공간인 '단밤 포차'는 이야기 속 공간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처럼 기능하며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간다.
단밤의 브랜드는 매우 전략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창업자의 철학, 구성원의 다양성, 고객과의 소통 방식, 시각적 연출, 스토리텔링—all 요소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다. 본문에서는 단밤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브랜드로 발전했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실제 창업자와 마케터가 참고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정리한다.
1. 가치 기반의 정체성: 정직, 정의, 포용
브랜드의 뿌리는 언제나 창업자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박새로이는 아버지의 사고사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 억울한 퇴학 등의 사건을 통해 '공정함'이라는 가치를 체득한다. 그는 단순한 성공보다는 가치 중심의 삶을 선택하고, 단밤을 그런 철학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단밤의 인사 정책은 이 가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성소수자, 전과자, 고졸 청년, 자폐 성향 청년 등 다양한 이들을 편견 없이 채용하고, 팀원으로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는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일 수 있지만, 단밤은 이를 피하지 않고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끌어안는다.
그 결과, 단밤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의 소수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브랜드'**로 기능한다. 소비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구성원이 된다.
2. 스토리 중심 브랜딩: 전략을 이끄는 이야기
단밤의 성장 과정에는 수많은 위기와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곧 브랜드 자산이 된다. 조이서는 이 과정을 전략적으로 SNS에 공유하며, 단밤의 진정성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그녀는 단순히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대중에게 '경험'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조이서가 기획한 콘텐츠 중에는 “우리 셰프의 첫 요리 시연”, “고객 리뷰에 대한 사장님의 답변 영상” 등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가 많다. 이는 단밤의 브랜드가 ‘친근함’, ‘투명성’, ‘공감’이라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 없는 브랜드는 쉽게 잊히지만,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는 오래 기억된다.
3. 시각·감각적 아이덴티티: 은은하지만 전략적
브랜드는 시각적 정체성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단밤은 대중적으로 강한 로고를 사용하지 않지만, 공간 전체의 무드가 하나의 시각 언어로 작동한다. 원목, 철제 조명, 회색 벽돌, 개방형 주방 구조는 ‘정직함’과 ‘간결함’을 상징한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는 마케팅 콘텐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이서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은 통일된 색감, 필터, 폰트로 꾸며져 있으며, 메뉴판과 영수증까지도 통일된 톤앤매너를 따른다. 브랜드 일관성은 신뢰를 만든다. 고객은 단밤을 경험하면서 '언제나 같은 분위기, 같은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4. 갈등 구조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
단밤이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적절한 대척점'의 존재다. 장가그룹이라는 기득권 대기업과의 갈등은 단밤을 자연스럽게 '언더독' 포지션에 위치시킨다. 이는 수많은 대중이 단밤에 감정적으로 이입하도록 만든다.
브랜드는 종종 외부와의 경쟁 구도를 통해 정체성을 강화한다. 단밤은 장가와의 대결을 통해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시스템'을 상징하게 되고, 이 자체가 고객에게 더 강력한 감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팀원 간의 갈등, 실수, 오해 등이 브랜드의 '완벽하지 않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부각시킨다. 이런 장면들은 단밤이라는 브랜드에 인간적 깊이를 더해준다.
5. 일관된 경험 설계: 행동, 문화, 접점
브랜드 경험은 단지 시각적 요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접객 태도, 고객 응대, 위기 대처, 내부 문화 모두가 브랜드를 구성한다. 단밤의 경험 설계는 매우 일관되다. 실수 시 솔직한 사과, 직원 간의 상호 존중, 고객 피드백의 적극 수용 등은 단밤의 문화가 곧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특히 고객 리뷰에 대한 박새로이의 반응은 인상적이다.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치겠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의 선언이다. 이런 메시지가 자주 반복되면서, 고객은 '이 브랜드는 진심이다'라고 느끼게 된다.
6. 사회적 영향력과 브랜드 통합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가 단지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단밤은 이 기대를 정면으로 수용하고,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사회적 가치를 통합한다. 채용, 교육, 성장, 복지—all 과정에서 소수자와 함께하며, 이를 마케팅 수단이 아닌 일상의 실천으로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단밤은 고객에게 "좋은 곳에서 소비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제공하며, 장기적인 충성도를 확보한다. 브랜드가 단지 제품과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결론
이태원 클라쓰의 단밤은 허구의 브랜드지만, 그 브랜딩 방식은 현실의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실제 전략으로 가득하다. 정체성이 뚜렷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사회적 미션을 품고 있고, 이야기로 고객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단밤은 '이상적인 브랜드'에 매우 가깝다.
이 브랜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포장보다는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날 창업자와 마케터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그 철학을 고객은 느낄 수 있는가?"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지금이야말로 단밤에게 배워야 할 때다.